노인 우울증에서는 집중력, 기억력 저하 등의 인지기능장애가 흔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노인성 치매로 오인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실제로 치매를 의심해 병원을 찾는 노인 환자 10명 중 4명은 치매가 아닌 노인성 우울증이라는 보고도 있습니다. 노인 우울증에서 나타나는 치매와 유사한 인지기능장애를 노인성 치매와 구별하여 진짜 치매가 아닌 가짜 치매라고 해서 ‘가성치매(pseudodementia)’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우울한 노인의 15%에서 가성치매가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노인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 상태가 되면 기억력도 떨어지고 집중력, 판단력도 떨어져 행동에까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따라서 치매로 쉽게 단정해 버리고 치료도 받지 않는 가족들이 많습니다. 그러나, 노인 우울증, 즉 가성치매의 경우 올바른 진단과 치료를 받게 되면 회복될 수 있기 때문에 노인성 치매와의 구별이 중요하다고 하겠습니다. 임상적으로 가성치매와 노인성 치매의 감별이 어려울 때가 많지만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점들이 둘 사이의 구별에 있어 도움이 되겠습니다.

대개 노인성 치매는 서서히 수년에 걸쳐 발병하는 것에 비하여 가성치매는 비교적 빠른 기간 동안에 치매 상태가 나타나며 진행 속도도 빠른 것이 특징입니다. 가성 치매환자는 젊어서나 이전에 우울증을 앓은 적이 있거나 가족 중에 우울증 병력이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성치매환자는 인지기능저하로 인한 치매증상 이외에도 우울한 기분, 의욕저하, 식욕저하, 불면, 초조감, 신체증상 등의 우울증 증상이 동반되어 있으며 인지기능 저하에 앞서 다른 우울 증상들이 선행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가성치매환자는 집중력 저하, 기억력 저하 등의 치매 증상에 관하여 걱정을 많이 하고 실제 객관적인 저하 소견보다 주관적으로 느껴지는 집중력, 기억력 저하가 더 크게 느껴지기 쉽습니다.

인지기능 검사를 시행하면 노인성 치매 환자의 경우 최대한 자신의 인지기능 저하를 숨기기 위해 열심히 검사에 임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반하여 가성치매 환자는 우울증상으로 인해 검사 동기나 의욕이 저하되어 있기 때문에 검사 순응도가 저하되고 검사를 귀찮아하거나 대강대강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불분명할 경우 “잘 모르겠다” 라고 말하기 쉽습니다. 인지기능 검사상 가성 치매에서는 주의력과 집중력 장애의 정도가 다양한데 반하여 노인성 치매 환자에서는 지적 수행 능력의 저하가 전반적이며 일관되게 관찰됩니다. 그리고, 가성치매에서는 언어장애는 잘 나타나지 않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성치매에서는 우울증을 치료할 경우 가역적으로 치매증상이 호전되게 됩니다.

한편 최근 연구에 의하면 노인 우울증에서의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중에 노인성 치매가 발병하는데 있어 위험요소가 된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따라서, 노인 우울증으로 인한 가성치매를 조기 발견하여 적극적인 우울증 치료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며 향후 노인성 치매로 발전하지는 않는지에 관하여서도 의학적인 경과 관찰 및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